들어가는 말
내 시간을 적정량의 돈으로 바꿔주는 직장생활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제공하는 시간 대비 들어오는 돈이 내가 생각하는 적정기대 수준이 아닐 때, 하는 일이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느낄 때, 이대로 여기서 이렇게 맨날 반복하는 재미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모습에 현타가 올 때 등등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퇴사를 꿈꾼다. 퇴사가 마려운 강도가 더욱더 높아질 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써본다.(Feat. 퇴사 후 위기를 겪는 어느 남자)
본문
1. 네가 숨 쉬듯 받고 있던 혜택은 모조리 없어진다
직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불만이 많이 쌓인 상태에서는 내가 지금 직장생활 덕분에 숨 쉬듯 혜택을 받는 패시브가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는 한다. 아래의 직장생활 패시브를 퇴사 전에 한번 다시 돌아보자.
- 건강보험료: 이것은 직장 다닐 때도 떼어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퇴사 후에도 반드시 내야 되는 돈이다. 재직 시에는 원천징수를 당해서 내가 낸다는 느낌이 매우 적지만, 네가 퇴사를 하고 자영업을 하든 말든 병원은 다녀야 하므로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근데 원천징수가 아니고 내가 돈을 벌든 못 벌든 일단 내야 되는데 이게 은근히 부담된다. 건강보험료는 안 낼 수가 없다. 다만 퇴사 후 보험료 시뮬레이션 을 해보고 내가 직장 다닐 때보다 많이 내게 된다면, 2년간 재직 시 납부했던 보험료를 낼 수 있으니 이 제도(임의 계속가입제도)를 꼭 활용해 보도록 하자. 잊지 말라 부담 1순위 건강보험.
- 국민연금: 이 부분은 조금 충격이 덜 할 수도 있는데, 역시 퇴사와 동시에 얼마 안 있다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국민연금은 유예가 가능하다. 수입이 없다고 가정하고 6개월 + 6개월인가 유예가 가능한데 그 후에는 얄짤없이 내야 된다. 이 돈은 없어지는 돈이 아니지만 퇴사 후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게 되었을 때 이 비용을 내야 된다면 이것 또한 은근히 부담이 된다. 퇴사자는 일단 국민연금을 유예를 시키거나 혹은 최소 소득 기준 100만 원에 해당하는 국민연금 9만 원을 납부하면서 그중 50% 4만 5천 원은 또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으니 상담사와 잘 상의하여 4만 5천 원을 내려고 노력해 보아라.
- 대출자격: 네가 직장을 잃는 순간 너의 신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아이덴티티? 가 하나 없어진다. 은행은 그걸 너무 잘 캐치하여 네가 돈이 필요할 때 돈을 잘 안 빌려준다. 하여 퇴사 전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하나 뚫어두고 나오라는 조언이 여기저기 있지만, 이건 네가 더 나락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라.
2. 가끔 극도의 외로움이 올라온다
재직 시에는 좋든 싫든 동료가 있었다. 계획을 잘 세우고 퇴사를 하던 대충 계획을 세워 퇴사를 하던 넌 가끔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릴 것이다. 남들 다 출근한 황량한 어느 월요일 오전 너는 극도의 외로움이 생길 수도 있고, 이 외로움은 불안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퇴직금이 점점 줄어들 때 너는 자존감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걱정이 더 쌓이게 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 대비 아웃풋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회사 다닐 때는 숨만 쉬어도 하루 기본 10에서 30은 나오던 너였는데, 이제는 안 나온다. 가끔 소스라치게 놀란다.
3. 이래서 준비하고 나가라는 조언이 있었나
상기의 이유외에도 여러 안 좋은 상황을 맞이하게 될 터이지만 생략하고, 여하튼 위와 같은 이유로 퇴사 전 잘 알아보고 준비하고 퇴사를 하라는 조언이 있는 것이다. 이거 저거 시간 쪼개서 탐색하고 가능성이 보이고 재미가 있고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때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이게 한 사람의 멘탈을 잘 유지하고, 한 가정을 위기에 빠뜨리지 않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4. 그러나,
회사를 다니고 있는 동안은 사전에 뭘 준비하는 것이 잘 안 되는 부류의 사람이 있다. 일단 당장 그만두고 시작하면 길이 열리는 경우도 많다. 도박을 즐기는 부류는 아닌데, 재직 시에는 여러 이유로 딴생각을 잘 못하게 된다. 여러 이유까지는 아니고 바빠서 여유가 없거나 그냥 게으름이다. 월급을 받으면 등이 따시고 배가 부르다. 월급을 받는 순간 생각이 멈추게 된다. 그냥 그렇게 쭉 살면 특별한 벼락과 같은 위기가 없으면 그냥저냥 평범하게 잘 살아가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현대 인간의 뇌는 아주 오래전부터 유전적으로 세팅값이 스트레스를 싫어하고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정을 원하게 설정되어 있다. 이건 생존에 최적화된 진화의 영역이다. 그래서 안정을 추구하게 되어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별다른 계획을 도모하는 게 잘 안 되는 부류가 있다.
5. 그래서 퇴사를 말리냐고?
아니다. 마음을 먹었으면 퇴사를 해라. 당장 지금 마음에 안 드는 일을 스톱하면, 또 길이 열린다.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해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인생이 나락으로 가지는 않는다. 공유자전거 타봤나. 자전거를 타다가 한참 가다 보면 '서비스 지역을 이탈하였습니다.'라는 메시지도 들을 때가 있지만, 결국 서비스 가능 지역 내로 들어오게 되고 잘 반납도 된다. (비유가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 직장을 그만두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고 인생이 나락 갈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퇴사의 결심이 있는 너는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의지가 있다는 의지도 함께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가 그랬다. 퇴사를 하고 나아가는 새로운 길에서는 수많은 '리스크'를 마주하여 인생이 고난스럽게 이어질 것을 각오했다고,
그런데, 내가 길을 가면서 마주했던 것은 수많은 '리스크'가 아니라 수많은 '기회'였다고. 여러 기회를 만나게 되고 다 시도하다 보면 하나 터지게 되더라고. 실제로 그런 것 같다. 월급을 받는 동안에는 이불속의 상상으로만 끝나던 것들이, 퇴사를 하고 나니 실행을 하고 있다. 아직 성공은 못했지만 이 기회들을 살려내기 위해 꾸준히 정진하게 된다. 스스로를 믿으며.
나가며,
스펜서 존스의 '선택'이라는 책이 있다. 그리고 유튜브에 '마작가'라는 채널이 있다. 스펜서 존스의 그 책은 한 20년 전에 읽었는데 여하튼 생각나는 유일한 내용, '무언가를 새로 하고 싶은 생각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당장 그만둬라.'라는 취지의 글이 있었고, '마작가'라는 사람은 수년 째 퇴사를 추천, 종용? 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고 그는 실제로 미지의 길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퇴사 후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 보여 마인드셋에 배워야 할 점들이 많이 보인다.
내가 이 두 사례를 이야기 한 이유는 짧지 않은 시간 살면서 유일하게 이 두 사람이 그냥 퇴사하라고 하는 사람이다. 그 외 나머지 모든 주변인, 내가 접한 매체들에서는 퇴사는 위험하다, 준비의 시간을 가져라, 신중히 결정하라, 지금 네가 행복한 건데 니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등등의 이야기를 하며 퇴사를 말린다. 여하튼 이런 분들도 있다.
오래전 퇴사를 하고 자영업을 일궈낸 지인의 얘기를 하며 이야기를 끝을 맺고자 한다. 이 친구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힘내, 마라톤이야 길게 보고 가야 돼.' 이런 조언을 했다고 하는데, 이 친구의 실질적 경험에 기반한 대답은 이랬다. '다들 마라톤이라고 하는데 사실 마라톤이 아닙니다. 마라톤은 42.195km라는 졸라 멀기는 하지만 골인점이라도 있죠. 이건 골인점이 없어요. 그리고 출발할 때부터 불안한 상태에서 출발하죠. 기름통에 기름이 반밖에 안 차 있는 상태에서 출발을 했고, 이 기름은 언제 떨어질지 모릅니다. 다행히 재수가 좋아 약간의 돈을 얻고, 또 재수가 좋아 주유소를 만나 기름을 조금 더 채워 넣고 계속 알 수 없는 길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마라톤은 대회 주최 측에서 짜놓은 코스가 있잖아요. 그 길 그대로 페이스 조절하며 달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자영업은 길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가면서 수많은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내가 운전대를 어디로 꺾어야 할지 정해야 됩니다. 가끔은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에 다다르기도 하지만 가끔은 지옥에 빠지기도 합니다. 오로지 나의 판단으로 내가 방향을 잡아서 길을 가야 돼요. 기름 걱정은 항상 해야 되고요. 기름이 언제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이런 여정을 즐기다 보면,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집니다. 왜냐고요? 내가 생각한 대로 길을 걸어갔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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